매일 이렇게 찬란한 해를 보며 아침을 맞이할 수 있으면 고민 거리가 없어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intro

 

얼마 전(이번 주 월요일) 큰 충격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생업으로 하는 일이 11시에 출근하는 일이라서 항상 11시에 임박해서 일어나곤 했다. (가끔은 더 늦게 일어나기도 하고...)

진짜 너무나도 나태해지는 나 자신이 밉고 꼴뵈기 싫어서 진짜 좀 열심히 살아보자고 다짐하며 알람을 7시에 맞춰두고 오랜만에 자명종 시계도 알람을 켜놓으며 잠을 청했다.

 

약속된 7시에 알람은 울리기 시작했고, 의외로 너무 쉽게 나는 침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부터 정리하고 명상 또는 가벼운 운동 등으로 몸을 깨운 후 활기찬 아침을 시작하라는 동기부여 영상을 본 다음 잠에 든 것이라서 일어나자마자 얼른 이불을 정리하고 가볍게 명상 앱에 나온 첫째 날 훈련을 한 후,

컴퓨터에 앉았다.

어제 저녁에 본 동기부여 영상의 아침 루틴을 실천한 것이다.

좋은 습관을 만들려고 계획한 아침 루틴을 마무리한 것은 잠시 동안 큰 기쁨을 주기는 했다.

하지만 컴퓨터에 앉아서 아무 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다는 사실에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와우!!

'이제 뭐하지?, 나 지금 뭐하고 싶은 거지? 뭐 하려고 일어났지?'

새해 시작되는 날 보신각의 종을 치듯 내 머리를 친다한들 이보다 충격적이진 않을 것 같았다.

원래 아침에 일찍 일어나 보려고 했던 것은 소중한 하루를 좀 더 길게 사용하며 진취적으로 살아보고자 계획했던 일인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니.

지금 내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아야 했다.

 

  1. 현재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없다.
  2.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목표도 없다.
  3. 그래서 지금 방치해두고 있는 흘러가는 시간이 사실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확 와 닿지가 않는다.
  4. 버겁고 힘든 하루하루지만 큰 욕심 안 부리고 이대로 살면 될 것도 같다. 
  5. 그래서 나는 지금 왜 일어나야 되는지 모르겠다.

5번의 결론에 다다르곤 나는 깔끔하게 정리된 침대 위에 누워서 다시 잠을 청했다.

알람 소리에 눈을 뜨니 11시를 울리고 있었고, 여느 때와 같은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잠들기 전에 아침 7시에 맞춰놓은 알람을 모두 해제한 후 잠이 들었다.

 

 

 

웃고 있지만 웃고 있는게 아니다. 헛웃음과 충격을 받았던 내 모습...

 

 

 

 

하루에 한 걸음씩만 나아가자...지치지 않게.

 

"굳이 가슴 뛰는 일을 해야된다고 생각하지 마."

 

이번 주 수요일은 제21회 국회의원 선거날이었다.

이른 오후에 투표를 마치고 자주 가는 카페에서 나의 멘토 같은 친구를 만나서 토로하듯 이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내가 가장 놀란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거야.

이 의욕 없는 상태는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나를 갉아먹고 있었고, 이 상태의 끝이 언제인지도 모르겠고, 가장 절망적인 것은 이제 정말 뭘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거야.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무엇을 할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됐다는 절망감이 너무 커."

 

 

친구는 짐짓 놀라더니 자신의 의견을 조목조목 말해주었다.

 

"네가 사업을 할 때 기본을 다져놓지 않고 큰 구름만 잡으려는 듯 높은 이상만을 바라보며 살아서 오늘 당장 어떤 일을 해야 될지에 대한 감각이 다른 사람에 비해서 떨어지는 거야.

 

나는 아침에 6시에 일어나서 약간의 명상을 하고, 그 날 할 일을 시뮬레이션해보고, 바로 책을 읽은 다음에 몸과 정신을 좀 깨우고 사무실로 출근을 해.

이 과정에서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무언가는 없어.

그냥 내가 해야 될 일을 하는 거야.

이렇게 2년을 살았고, 너도 알다시피 내가 목표로 했던 매출, 스트레스로 가득했던 사업 초기 3년과는 대조적으로 마음의 여유를 얻었으며, 그로 인해 새로운 것을 도전해 볼 수 있는 시간도 많이 생겼어.

 

나는 꼭 가슴 뛰는 무언가를 해야 된다는 생각부터가 이미 현실 감각이 많이 떨어지는 거라고 생각해.

(일주일 동안 적은 40여 페이지의 노트를 보여주며) 매일을 기록하고 생각한 것들 그냥 적어 내려 가는 거야.

다시는 안 볼지도 모르는 메모도 많고, 불현듯 생각나서 갑자기 어느 날 노트를 뒤적거릴 수는 있겠지만 쓰는 동안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힘주고 쓰는 적은 없어.

그냥 편안하게 끄적이는 거지.

 

너도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렇게 말하는 것도 벌써 5번은 넘은 것 같은데 아직도 똑같은 내용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는 건 네가 아직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야.

너가 사업을 할 때와 망했을 때 그리고 아등바등거릴 때 계속 똑같은 패턴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거지.

 

아침에 일어나서 대단한 것을 이뤄야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그냥 6시에 일어나서 11시까지 오롯이 너를 위한 시간을 써봐.

거창할 필요도 없으며, 그냥 너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뭘 해야 될지 모르겠으면 알고 깨닫게 될 때까지 책이라도 보면서 온전히 5시간을 너만을 위한 시간을 쓰는데 할애해봐.

11시 이후의 시간 또한 의미 있게 사용하면 좋지만 그렇게 하루를 빼곡하게 계획대로 살려고 하다 보면 작심삼일이 되기 십상이니 딱 6시에서 11시까지만!! 너만의 시간을 만들어봐. 

11시 이후는 쉬는 시간이라고 못 박아버리며 조금은 힘 풀고 아침 시간만이라도 사용하는 습관을 만들어 보는 거야.

 

이렇게 66일을 살아보고 66일 동안 어떤 것을 느꼈는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어떤 일들을 해봤는지 그때 다시 이야기해보자."

 

대화 내내 마음에 박히는 말만 쏙쏙 듣다 보니 처음엔 후회의 감정인지 깨달음의 감정인지 알 수 없는 복합적인 충격이 왔고, 마지막에는 머릿속을 조금 정리하며 힘을 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고는 살아야 해! 하지만 이대로는 내 삶이 너무 비참한데!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을까?" 사업 실패 후, 이런 생각을 갖고 매일을 살았는데 문득 '좀 더 효율적인 방법' 이것이 나를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고, 기본에 충실하고, 들뜨지 않으며 꾸준한 습관을 만들어 보고자 이렇게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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